애플이 지난 15년간 유례없는 성장을 이끌었던 팀 쿡의 뒤를 이어 '하드웨어 전문가' 존 터너스를 차기 CEO로 내정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엔비디아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하드웨어 혁신을 통해 AI 기술 격차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애플은 20일(현지시간)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을 차기 CEO로 선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팀 쿡은 오는 9월 1일자로 CEO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 정책 입안자들과의 소통 및 경영 자문을 지속할 예정이다. 터너스 내정자는 2001년 애플에 합류해 맥(Mac) 라인업의 부활을 주도하고 아이패드, 에어팟 등 핵심 제품군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번 리더십 교체는 애플이 직면한 'AI 잔혹사'를 끊어내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1년 시리(Siri)를 선보이며 AI 대중화의 포문을 열었지만, 이후 오픈AI의 챗GPT 등 생성형 AI 열풍에서 뒤처지며 투자자들의 우려를 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구글의 제미나이를 아이폰에 도입하기로 한 결정은 애플이 자체 AI 기술력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됐다.
터너스 체제의 애플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협력을 넘어 하드웨어와 AI의 완벽한 통합에 승부처를 둘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그가 아이폰을 단순한 스마트폰을 넘어 사용자의 복잡한 업무를 대행하는 'AI 에이전트' 기기로 진화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폴더블 폰, AR 글래스, AI 핀 등 차세대 하드웨어 기기를 통해 메타와 엔비디아 등 신흥 라이벌들의 거센 공세에 맞설 것으로 보인다.
팀 쿡은 재임 기간 애플의 시가총액을 3조 6,000억 달러 가량 끌어올리며 '공급망의 천재'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서도 여전히 높은 중국 의존도와 혁신 부재라는 과제를 남겼다. 터너스 내정자는 쿡이 CEO에 올랐을 때와 같은 50세의 나이로 지휘봉을 잡게 됐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전반을 꿰뚫고 있는 그가 '소프트웨어의 굴레'에 갇힌 애플을 다시금 하드웨어 혁신 기업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기술 분석가들은 터너스의 최대 과제로 외부 협력에 의존하던 AI 전략을 애플 자체 역량 중심으로 재편하는 것을 꼽았다. 조니 스루지(Johny Srouji)가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O)로 승진하며 맞춤형 칩과 센서 설계를 총괄하게 된 점도, 하드웨어와 실리콘 경쟁력을 바탕으로 AI 시대를 돌파하겠다는 터너스의 구상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