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업체, '장기 호황' 배팅…장비 수입 63% 급증

이달 들어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이 60% 이상 폭증했다. 이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의 업황을 단기적 반등이 아닌 '장기 슈퍼 사이클'로 판단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수출액이 현재의 성적표라면, 장비 수입은 내년 이후의 공급 능력을 결정하는 선행 지표라는 점에서 하반기 이후 반도체 독주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분석된다.

21일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4월 1일부터 20일까지 반도체 제조장비 수입액은 20억 7,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3.3% 급증했다.

같은 기간 반도체 수출이 182.5% 늘어나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사이, 기업들은 벌어들인 수익을 다시 설비 확충에 쏟아붓는 재투자 사이클에 돌입했다.

현재의 호조를 넘어 미래의 공급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가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이 같은 공격적 투자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 인프라 시장의 견고한 수요가 있다.

컴퓨터 주변기기 수출이 399.0%라는 기록적인 성장률을 보인 것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확장이 여전히 진행형임을 시사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포함한 선단 공정 장비를 집중적으로 확보하며 양산 체제 고도화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수입 국가별 동향을 보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더 뚜렷하다. 미국(31.5%)과 대만(47.6%)으로부터의 수입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노광장비 등 핵심 공정 장비의 도입이 활발해졌음을 의미한다.

대중(對中) 수출이 70.9% 늘어난 상황에서 핵심 장비는 선진국에서 조달하는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며 기술 격차 유지를 꾀하고 있다.

다만 특정 품목에 치우친 대규모 투자는 향후 경기 변동 시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 원유(13.1%)와 가스(12.0%) 등 에너지 수입액이 6.8% 증가하며 비용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외 주력 산업의 투자 활력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장비 도입이 실질 생산으로 이어지는 시차를 고려할 때, 이번 투자의 성패는 하반기 이후 글로벌 수요 유지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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