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반대보다 인프라 재활용이 답"… 규제 도미노 속 '실용주의' 반격
인공지능(AI) 혁명의 심장부인 데이터센터가 미국 현지 지자체들로부터 '민폐 시설' 취급을 받으며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
막대한 전력을 집어삼키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주민의 전기 요금을 올리고 전력망을 마비시킨다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미 전역 12개 주가 '건설 중단(모라토리엄)'이라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러한 규제 도미노 속에서 최근 재닛 밀스 메인주지사가 내린 '거부권 행사'는 데이터센터와 주정부 간 갈등을 풀 새로운 이정표로 주목받고 있다.
밀스 주지사는 24일(현지시간) 대형 데이터센터 동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며, 단순히 기업 편을 드는 대신 '전략적 수용'이라는 조건을 달았다. 지역 전력망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몰락한 지역 경제를 살릴 '영리한 투자'는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 내 규제 움직임은 처절할 정도다. 위스콘신주는 데이터센터 가동으로 발생하는 계통 보강 비용을 일반 가구에 전가하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려 하고 있으며, 조지아와 버몬트는 아예 신규 허가를 최장 2030년까지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세금 감면 경쟁을 벌이던 주정부들이 이제는 '에너지 안보'를 이유로 빗장을 걸어 잠그는 양상이다.
이러한 반발의 기저에는 "빅테크가 돈은 실리콘밸리에서 벌고, 인프라 비용은 시골 마을 주민이 낸다"는 불평등의 논리가 깔려 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정치권에서도 AI 패권보다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이 우선이라는 목소리에 힘을 싣고 있다.
밀스 주지사가 사수한 제이타운의 5억 5,000만 달러(약 7,500억 원) 규모 프로젝트는 이 갈등의 완벽한 돌파구를 제시한다. 폭발 사고로 문을 닫은 노후 제지 공장의 부지와 전력망을 그대로 활용하는 '브라운필드' 방식이다.
새로운 전력 선로를 깔 필요가 없어 지역 전력망에 가해지는 충격이 거의 없고, 오히려 사라진 제조업 일자리를 900개 이상의 AI 관련 일자리로 대체하는 효과를 낸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데이터센터와 지자체의 갈등은 '무조건적 반대'를 넘어 '기여도에 따른 선별적 유치'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빅테크 기업이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선 자체 발전 시설을 구축하거나, 노후 산업 시설을 재활용하는 등 주정부의 '인프라 주권'을 존중하는 대안 제시가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AI 시대의 '뉴 골드러시'는 더 이상 토지 확보 싸움이 아니다"며 "지역 전력망에 신뢰를 주고 인프라 비용 분담 능력을 증명하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