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거대 IT 기업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도입한 디지털시장법(DMA)의 감시망을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서비스 분야까지 넓힌다.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에 맞춰 규제 체계를 고도화하고 신산업 영역에서의 공정 경쟁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EU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현재 알파벳, 아마존, 애플 등 7개 기업에 적용 중인 DMA의 성과를 평가하며 이 같은 향후 규제 방향을 제시했다.
집행위는 DMA 시행 이후 사용자의 데이터 이전이 용이해지고 기기 간 상호운용성이 향상되는 등 시장 환경이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테레사 리베라 EU 반독점 책임자는 성명을 통해 "DMA는 AI와 클라우드 등 새롭게 등장하는 도전 과제에 적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며 규제 강화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는 특정 AI 서비스를 '가상 비서 핵심 플랫폼'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반경쟁적 관행을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현재 집행위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DMA상 '게이트키퍼'로 추가 지정할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클라우드 시장의 높은 진입 장벽과 특정 업체 쏠림 현상이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AI 분야 역시 규제 가시권에 들어왔다. 집행위는 AI 기술이 소수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도록 '경합성(contestability)'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며, 이를 위해 기존 규제 틀을 유지하면서도 세부적인 이행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EU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빅테크 기업들은 즉각 우려를 표명했다. 애플은 이번 보고서가 DMA가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그리고 혁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대체 앱 배포 채널 허용 등으로 인해 유럽 사용자들이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거나 민감한 정보가 신뢰할 수 없는 제3자에게 공유될 위험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유럽 소비자 단체인 BEUC는 규제 당국에 신규 디지털 분야에 대한 집행력을 더욱 강화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EU는 소셜 네트워크 간 상호운용성 강제 등 일부 쟁점에 대해서는 시장 수요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면서도, 전체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는 현재 목적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