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후드가 오픈AI에 7500만달러를 투자하며 개인투자자의 비상장 인공지능(AI) 시장 접근을 넓혔다. 벤처캐피털(VC)과 기관투자가 중심이던 비상장 AI 투자 문턱이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초고평가된 유니콘 기업의 위험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 아니냐는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로빈후드 벤처스 펀드 I(RVI)는 22일(현지시간) 오픈AI 지분 약 7500만 달러어치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로빈후드는 이를 통해 개인이 상장된 펀드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비상장 AI 기업 성장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발표 직후 로빈후드 주가가 개장 전 거래에서 3.6% 오른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표면적으로는 자본시장 참여의 폭을 넓힌 조치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비상장 대형 기술기업 투자는 기관과 초고액 자산가 중심으로 이뤄졌고, 일반 개인이 접근할 수 있는 경로는 사실상 막혀 있었다. 이번 상품은 제도권 안의 정식 펀드라는 점에서 지난해 유럽에서 논란이 된 이른바 '주식 토큰' 방식과는 다르다. 당시에는 오픈AI와 스페이스X 연계 토큰이 제공됐지만, 오픈AI 측이 공식 협업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논란이 커진 바 있다.
문제는 투자 구조다. 개인이 사는 것은 오픈AI 주식 자체가 아니라 오픈AI 지분을 일부 편입한 폐쇄형 펀드의 주식이다. 이 때문에 투자자는 오픈AI의 직접 주주가 아니며, 펀드 운용 구조와 시장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진다. SEC 공시에 따르면 이 펀드는 환매가 제한되는 폐쇄형 구조여서 투자자가 원할 때 순자산가치(NAV) 기준으로 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시장에서 주식을 팔 수는 있지만 거래 가격이 자산가치보다 낮게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
투자 규모의 상징성과 실질 영향력 사이에도 간극이 있다. 최근 시장에서 거론되는 오픈AI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보면 이번 7500만달러 투자는 전체 가치의 극히 일부에 그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픈AI 투자'라는 상징성은 크지만, 실제 경제적 권리는 펀드 구조를 한 번 더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펀드 수수료와 비상장 자산 평가 방식, 시장 할인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단순히 성장 기대만 보고 접근하기에는 불확실성이 적지 않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상품이 비상장 AI 거품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돼 가치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시점에 개인 자금이 들어오면, 초기 투자자가 누린 프리미엄을 뒤늦게 떠받치는 구조가 될 수 있어서다. 향후 비상장 AI 기업 가치가 조정될 경우 손실은 펀드에 투자한 개인에게 돌아간다.
비상장 성장기업에 대한 개인 접근성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는 분명하다. 다만 이번 사례는 투자 민주화라는 긍정적 구호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직접 투자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간접 노출에 가깝고, 유동성과 가격 투명성도 상장주식보다 크게 떨어진다. 투자 기회의 확대와 위험의 이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개인투자자에게 더 필요한 것은 새로운 창구보다 그 구조를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정보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