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전략 분야에서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 미국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초강수 법안을 예고하며 전방위적인 ‘기술 독립’ 선언에 나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금융·에너지·의료 등 민감 업종의 공공 클라우드 사업 입찰 시 역내 기업을 우대하고 미국 빅테크를 사실상 배제하는 ‘클라우드·AI 발전법’을 오는 3일 전격 공개한다.
헨나 비르쿠넨 EU 기술 담당 수석위원이 발표할 이번 법안은 미국 기업들이 본토법(Cloud Act)에 따라 해외 저장 데이터까지 미국 당국에 제공해야 하는 잠재적 보안 리스크를 정면 조준하고 있다.
법안은 공공 입찰 시 가격 경쟁력 외에도 역내에서 개발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용 여부 등 ‘비가격적 요소’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아 미 기업들에 불리한 입찰 구조를 설계했다.
아울러 EU 집행위가 중앙 구매 기구 역할을 수행하며 각국 정부와 공공기관의 AI 시스템 및 데이터 센터 도입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에 따른 보상책으로는 유럽산 칩을 사용하거나 에너지 효율을 높인 데이터 센터에 대해 인허가 패스트트랙과 전력망 요금 감면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 중인 미국 빅테크들은 그간 현지 기업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우회해왔으나, 이번 초안은 이전보다 훨씬 엄격한 주권 요건을 요구하고 있어 사업 전략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유럽의 이 같은 강경 기조는 ‘보안인증제(CSAP)’를 통해 국산 클라우드(CSP)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한국 정부에 ‘데이터 주권’ 확보라는 강력한 정책적 명분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즉, 한국도 유럽처럼 보안을 핑계로 외국산 클라우드를 막고 국내 기업을 키울 명분이 생기는 셈이다.
다만, 유럽이 자국산 칩 사용 데이터센터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기술 빗장’을 걸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현지 수출 전선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