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메신저·통신망 기반 위에 AI 접목 확대…수익모델·플랫폼 전환은 아직 검증 단계
네이버와 카카오, 통신 3사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기존 주력 사업에 접목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로컬 서비스에 AI 에이전트를 붙이고 있고,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생활형 AI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도 통신망과 기업 고객을 기반으로 AI 전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 플랫폼 기업들은 AI 시대의 출발선에서 적지 않은 자산을 갖고 있다.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콘텐츠, 클라우드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생활 접점을 갖고 있다. 통신 3사는 통신망과 가입자 기반, 기업 고객, 데이터센터 사업 역량을 갖고 있다.
다만 이 자산들이 아직 AI 플랫폼 주도권으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모델과 서비스는 나오고 있지만, 이용자 경험을 바꾸고 새 매출을 만드는 단계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이용자 기반이 곧바로 AI 생태계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네이버, 검색·쇼핑에 AI 접목…클로바X는 종료
네이버는 AI 전략의 무게를 범용 챗봇보다 기존 서비스 고도화 쪽으로 옮기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4월 9일 대화형 AI 서비스 클로바X(CLOVA X)를 종료했다. 클로바X는 2023년 8월부터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의 실험 서비스 역할을 해왔다.
네이버는 클로바X 종료 이후 하이퍼클로바X를 더 넓은 산업군과 서비스에 적용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검색, 쇼핑, 로컬, 금융, 헬스 등 기존 서비스 안에 AI를 붙여 이용자 경험과 사업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네이버의 기반은 여전히 국내 검색과 커머스다. 시장조사업체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검색 월평균 점유율은 지난 2월 65.1%, 3월 63.8%로 집계됐다. 생성형 AI 확산에도 국내 검색 기반은 아직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이 기반 위에서 쇼핑 AI 에이전트, 검색 AI 브리핑, 로컬·금융·헬스 분야 특화 서비스를 확대하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범용 챗봇으로 글로벌 시장을 직접 흔들기보다, 검색과 쇼핑, 결제와 예약 등 기존 서비스 흐름 안에 AI를 넣는 방식이다.
관건은 AI가 기존 서비스의 보조 기능에 머물지, 새로운 플랫폼 경험으로 확장될지다.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을 방어하는 동시에 AI 기반 쇼핑과 추천, 검색 경험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한국형 AI 플랫폼의 한 축을 만들 수 있다. 반대로 AI가 기존 기능 개선에 그치면 글로벌 AI 서비스와의 격차는 좁히기 어렵다.
# 카카오, 카카오톡 중심 생활형 AI 추진
카카오는 카카오톡을 중심으로 AI 서비스를 붙이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6 월드IT쇼'에서 통합 AI 브랜드 카나나(Kanana)를 앞세워 일정 브리핑, 장소 추천, 선물 추천 등 생활형 AI 서비스를 시연했다. 카카오톡 안에서 이용자의 대화와 생활 서비스를 연결하는 방향이다.
카카오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카카오톡이다. 카카오톡은 대화뿐 아니라 선물하기, 송금, 예약, 이동, 콘텐츠 소비 등 생활 서비스와 연결돼 있다. 이 흐름에 AI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면 개인 일정 관리, 장소 추천, 커머스, 결제까지 이어지는 생활형 AI 서비스가 될 수 있다.
카카오는 구글과의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구글과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안드로이드 XR 기반 AI 글래스와 모바일 AI 경험 개발에 협력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의 온디바이스 AI 서비스가 안드로이드 모바일 기기에서 원활히 구동되도록 최적화 작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 같은 협력은 자체 모델만으로 모든 서비스를 구축하기보다, 글로벌 빅테크의 기술 기반을 활용해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모델 자체보다 카카오톡이라는 생활 접점을 어떻게 AI 서비스로 재구성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과제도 분명하다. 카카오톡은 강력한 플랫폼이지만, 이미 기능이 많이 쌓인 서비스다. AI가 또 하나의 기능으로 추가되는 수준에 머물면 이용자 경험을 바꾸기 어렵다. 카카오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AI를 카카오톡 안에 넣는 데서 그치지 않고, 카카오톡 사용 방식을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 통신 3사, AI 전환 선언…소비자 플랫폼 장악력은 과제
통신 3사도 AI 전환을 새 성장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SK텔레콤은 'AI 네이티브(AI Native)' 전략을 공개하고, 통신 기업의 운영 체계를 AI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AI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AI, AI 기반 서비스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다.
KT는 기업용 AI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KT는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AI 전환 운영체제 개념의 '에이전틱 패브릭(Agentic Fabric)'을 공개했다. 여러 AI 기술과 에이전트를 연결해 기업 업무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표방한다.
LG유플러스는 음성 기반 AI 에이전트 익시오(ixi-O)를 중심으로 통화 기록, 요약, 후속 행동 제안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AI 컨택센터(AICC), 보안 기술, 자율 운영 네트워크도 함께 강조하고 있다.
통신사의 강점은 네트워크와 기업 고객 접점이다. AI가 산업과 기업 업무에 들어가려면 통신망, 클라우드, 보안, 운영 역량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통신사는 검색·메신저 플랫폼과 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다만 소비자용 AI 플랫폼에서는 아직 검색이나 메신저만큼 강한 일상 접점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AI 통화 비서나 기업용 AI 서비스가 실제 이용 습관과 기업 업무 방식에 깊게 들어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통신사가 AI 기업 전환을 선언하는 것과 AI 플랫폼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 이용자 기반을 AI 생태계로 바꾸는 것이 관건
한국 플랫폼 기업의 공통 과제는 이용자 기반을 AI 생태계로 바꾸는 일이다. 네이버는 검색 이용자를 갖고 있고, 카카오는 메신저 이용자를 갖고 있으며, 통신사는 가입자와 기업 고객을 갖고 있다. 그러나 AI 플랫폼은 이용자 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글로벌 빅테크는 AI 모델을 클라우드, 업무용 소프트웨어, 광고, 검색, 앱 생태계와 함께 묶고 있다. AI는 별도 서비스가 아니라 기존 플랫폼의 이용 방식과 수익 구조를 바꾸는 방향으로 들어가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같은 방향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성과는 검증 단계에 있다.
네이버의 AI 에이전트가 검색과 쇼핑 매출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카카오의 카나나가 카카오톡 이용 방식을 얼마나 바꿀지, 통신사의 AI 전환이 기업용 시장에서 얼마나 지속적인 매출을 만들지는 앞으로 확인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 플랫폼 기업이 미국식 범용 AI 플랫폼의 축소판을 그대로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대신 각사가 가진 강점은 분명하다. 네이버는 검색·쇼핑·로컬 데이터가 강하고, 카카오는 메신저와 생활 서비스 접점이 강하다. 통신사는 기업 고객과 네트워크, 보안·운영 역량을 갖고 있다.
한국형 AI 플랫폼의 가능성은 이 강점들을 얼마나 깊게 서비스 안으로 끌어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상품 비교와 구매를 돕는 AI, 대화 맥락을 이해해 일정과 결제를 연결하는 AI, 기업 업무를 파악해 보고서 작성과 고객 응대를 지원하는 AI가 실제 시장을 만들 수 있다.
AI 시대의 플랫폼 경쟁은 이용자를 많이 확보한 기업이 자동으로 이기는 구도가 아니다. 이용자의 일을 대신 처리하고, 기업의 업무 비용을 줄이며, 서비스 안에서 반복적으로 쓰이는 구조를 만드는 기업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 플랫폼 기업들이 이 전환에 성공하면 미국·중국식 거대 범용 모델과 다른 경로를 만들 수 있다. 반대로 기존 서비스에 AI 기능을 덧붙이는 수준에 머문다면 AI 플랫폼 경쟁에서 존재감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