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로 첨단 공정 진입이 막힌 중국이 ‘미세 공정’ 대신 ‘설계 혁신’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섰다.
베이징대학이 화웨이의 새로운 칩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3D 설계 소프트웨어를 공개하며, 장비 없이도 초미세 공정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려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 행보가 한층 구체화되고 있다.
베이징대학 집적회로학원 연구팀은 27일(현지시간) 화웨이의 신규 반도체 구조인 ‘로직폴딩(LogicFolding)’을 지원하는 3차원 전자설계자동화(EDA) 프로토타입 툴을 발표했다.
EDA는 엔지니어가 반도체를 제조하기 전 설계 및 테스트 단계에서 사용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로, 시놉시스와 케이던스 등 서구권 기업들이 독점해온 분야다.
실제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확보가 불가능해진 화웨이는 트랜지스터 크기를 줄이는 기존 방식 대신, 전기 신호의 이동 경로를 단축해 속도를 높이는 ‘타우(τ) 스케일링 법칙’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베이징대학의 신규 EDA는 층별로 설계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칩 전체를 하나의 입체 구조로 인식하는 ‘트루-3D(true-3D)’ 접근법을 적용했다.
이 같은 방식을 통해 산업용 설계 테스트 결과 전체 배선 길이를 30% 단축하고 방열 및 성능 효율을 크게 개선하는 성과를 거뒀다.
화웨이는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2031년까지 서구권 장비 없이도 1.4나노급 공정에 상응하는 성능을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중국의 독자적 EDA 기술이 글로벌 선두 기업들에 비해 시장 점유율과 숙련도 면에서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점은 실질적인 양산 단계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화웨이 측 역시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향후 10년의 로드맵 실행 과정에서 단일 기업의 역량만으로는 공급망 전반의 기술적 한계를 모두 극복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고민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