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제시한 '고품질 발전'의 설계도는 대한민국 산업계에 단순한 경쟁 이상의 실존적 화두를 던지고 있다.
중국이 올해부터 신질생산력 중심의 28개 핵심 프로젝트에 국가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면서, 한중 산업의 '초격차' 유지는 이제 생존의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반도체와 미래차 등 첨단 제조 분야의 '기술 역전' 방어다.
지난해 중국의 하이테크 제조업과 장비 제조업은 각각 9.4%, 9.2%라는 고성장을 기록했으며, 통합회로(IC) 생산량은 10.9% 급증하며 자립화 속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신에너지차(NEV) 생산량이 1,600만 대를 돌파하고 충전 시설이 2,000만 개를 넘어선 점은 우리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중국이 6G, 양자 기술, 저고도 경제 등 '미래 산업'에 1.3조 위안 규모의 초장기 특별 국채를 투입해 인프라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한국은 AI와 산업의 융합을 가속화하여 'AI 네이티브' 비즈니스 모델로의 빠른 전환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반면, 중국의 정책 변화가 만들어낸 '틈새시장'은 한국 서비스업과 바이오 산업에 전례 없는 기회다.
중국은 기대수명 80세 달성을 목표로 삼고, 실버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인 장기요양 보험 가입자를 3억 명까지 늘렸다.
여기에 부가가치 통신, 바이오 기술, 외국인 전용 병원 분야의 네거티브 리스트 단축과 대외 개방 시범 사업은 그간 '만리장성'에 가로막혔던 우리 의료·통신 기업들에 새로운 개척지를 제공한다.
특히 혁신 약물과 의료기기의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는 K-바이오가 단순 수출을 넘어 중국 현지 헬스케어 생태계에 깊숙이 침투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임을 시사한다.
전략적 측면에서 주목할 지점은 '부산 공감대'로 상징되는 미중 관계의 관리 국면이다.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의 복원력을 높이기 위해 일방주의에 반대하고 개방형 세계 경제를 옹호하겠다고 밝힌 것은 한국에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라는 숨통을 틔워준다.
다만 중국이 100조 위안 규모의 소매 시장을 뚫기 위해 1,000억 위안의 재정-금융 협력 기금을 신설하는 등 강력한 내수 부양책을 가동하는 구조를 고려할 때, 우리 기업들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중국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프리미엄화와 현지화된 '스마트 서비스'로 승부해야 한다.
격차의 역전을 막고 공존의 방정식을 푸는 열쇠는 결국 우리가 가진 '초격차' 기술을 중국의 '질적 성장' 엔진과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