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이 뉴욕과 샌프란시스코를 제치고 세계 최대 핀테크 허브로 부상했다.
유럽 핀테크 자금 조달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미국과 대등한 수준에 도달하며 글로벌 금융 기술 시장의 판도가 급변하고 있다.
영국 런던이 미국 주요 도시를 밀어내고 글로벌 핀테크 자금 유치 1위 도시에 등극했다고 헤지펀드 핀치 캐피털이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해 기준 유럽 핀테크 자금 조달 규모는 미국과 동일한 400억 유로(약 57조 원)를 기록하며 사상 첫 '펀딩 패리티(Parity)'를 달성했다.
런던의 이번 도약은 유럽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와 미국의 투자 위축이 맞물린 결과다.
핀치 캐피털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사이 유럽 핀테크 펀딩은 37% 성장한 반면, 미국 상위 허브들은 같은 기간 13% 감소했다.
특히 런던은 유럽 전체 성장을 견인하며 전통적인 금융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기술 분야로 성공적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다.
유럽의 강점은 규제 집약적 분야에서 두드러졌다. CFO 오피스 및 규제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유럽 기업들은 2.54배의 수익률(ROI)을 기록해 미국(1.31배)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엄격한 금융 규제 환경이 역설적으로 관련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술 완성도와 시장 가치를 높이는 기폭제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규모는 대등해졌지만, 자본 구조의 내실에는 여전히 과제가 산적해 있다. 특히 유럽 내 10억 유로 이상의 '메가 라운드'는 여전히 미국 투자자들이 주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핀치 캐피털 파트너 아마안 게이는 이를 두고 시장 가치의 문제가 아닌 정책적 격차로 인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연기금의 벤처캐피털(VC) 배정 비중 차이가 결정적이다. 미국 연기금은 자산의 1.9%를 VC에 할당하는 반면, 유럽은 0.02%에 불과하다.
유럽 내 자본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투자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 격차만 해소해도 매년 375억 유로의 신규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 및 기술 시장은 더 이상 실리콘밸리에 종속되지 않는 다변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며 "유럽 핀테크 기업들이 수익성 위주로 체질을 개선하며 투자 매력도를 높인 것이 런던의 1위 탈환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연기금 투자 확대 등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런던의 독주 체제가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